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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노트(Bluenote)에 쓰여지는 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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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22

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강은교

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길을 건너는 풀잎 어깨를 은빛 안개가 쓰다듬네 잿빛 웅덩이 누운 길 바람이 길 저편에서 달려오네 분홍 구름을 우물우물 씹으며 달려오네 웅덩이를 훌쩍 넘어 달려오네 아, 다 마른 웅덩이 누운길 물운대 풀잎이 풀잎을 건너 달려오네 사각사각 달려오네 강은교/봄 무사중

시화집 2013.12.08

빈자일기/강은교

빈자 일기 모든 존재는 홀로 사라질 수 없다. 함께 연락함으로써 비로소 존재는 이루어지고, 드디어 깊이 사라진다.- 구걸하는 한 여자를 위한 노래 우리는 언제나 거기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혀와 혀를 불붙게 하며 눈물로 빛과 빛을 싸우게 하며 다정한 고름 고름 속에 오래 서 있은 허리를 무너지게 하며, 황사 날아가는 무덤 가장자리에서. 그곳 천정은 불 붙은 태양이었고 바닥은 썩은 이빨의 늪이었다. 강은교/봄무사중

시화집 2013.12.07

혼자라고 생각될 때 - 용혜원

혼자라고 생각될 때 - 용혜원 너에 대한 여운이 찾아들어 혼자라고 생각될 때 고독이 찾아온다 여지껏 버티어온 것도 나와 함께 하는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까닭없이 웃는 사람이 있는가 모두 다 이유가 있다 서러움의 마디 마디가 끊어져 찾아온 고독이 떠나는 시간은 나와 함께 하는 네가 있을 때다 고독해진 이유는 너를 향한 그리움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기 때문이다

시화집 2009.01.16

사랑시 -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용혜원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좋은 시절 - 용혜원 날마다 그대만을 생각하며 산다면 거짓이라 말하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생각 속으로 파고들어 미치도록 그립게 만드는걸 내가 어찌하겠습니까 봄꽃들처럼 한순간일지라도 미친 듯이 환장이라도 한 듯이 온 세상 다 보란 듯이 피었다가 처절하게 저버렸으면 좋을 텐데 사랑도 못하고 이별도 못한 채로 살아가니 늘 아쉬움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시도 때도 없이 아무때나 가슴에 가득 고여드는 그리움이 발자국 소리를 내며 떠나지 않으니 남모를 깊은 병이라도 든 것처럼 아픔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 삶 동안에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우리가 사랑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음이 얼마나 축복입니까 우리 사랑합시다

시화집 2008.12.07

사랑시-이런날이면/용혜원

이런 날이면 - 용혜원 비오는 날 그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날이면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만나고 싶습니다 울적해지는 마음 산다는 의미를 생각해보고 살아온 길을 생각해보다가 허무에 빠지고 되면 온몸이 탈진한 듯 힘이 없어지기에 비 오는 날 그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날이면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만나고 싶습니다 나의 연인이여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이면 그대가 먼저 전화를 해 "보고 싶다 우리 만나자"하면 정말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화집 2008.12.07

겨울.눈[雪].나무.숲 /기형도

겨울.눈[雪].나무.숲 /기형도 눈은 숲을 다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침묵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 너머 숲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한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나는 부재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륻다운 거리를 두고 그래, 심장을 조금씩 덮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느 아침은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시화집 2007.11.06

희망에 대하여 - 고은

...................................................................... 희망에 대하여 - 고은- 어쩐지 허전한 봄 보따리도 없이 빈 손은 이 세상 여기저기서 자유가 아니라 형벌이었다 바위를 등에 지고 끙! 일어나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생의 마을들을 지나왔던가 그 마을들 바람 치는 날으 아이들 달래줄 친구 없으면 스스로 달래어야 하는 절망의 시작을 보았다. 그런 것들이 오래오래 지나서 희망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달걀이었고 얼마나 많은 마을들의 새벽을 깨워야 했던 아직 깜깜한 첫새벽 수탉 옆의 입다문 암탉이었던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세상 부산낳게 잠들어 있던가 얼마나 많은 죽은 아이들의 비릿비릿한 넋이 곤히 잠들어 있던가 20년뒤 나는 없고 그 아이..

시화집 2007.04.03

주말-박인환

..... 산길을 넘어가면 ..... 별장. ..... 주말의 노래를 부르며 ..... 우리는 술을 마시고 ..... 주인은 ..... 얇은 소설을 읽는다 ..... 오늘의 뱀아 ..... 저기 쏟아지는 분수를 마셔 ..... 그늘이 가린 언덕 아래 ..... 어린 여자의 묘지 ..... 거기서 들려오는 ..... 찬미가. ..... 칫솔로 이를 닦는 ..... 이름없는 영화배우 ...........공포의 보수報酬 *....... ...........니트로글리세린........ ...........과테말라 공화국의 선인장...... ..... 일요판 [니폰타임스]의 잉크냄새. ..... 별장에도 ..... 폭포는 요란하고 ..... 라디오의 찍어진 음악이 끊일 줄 모른다 ..... 주인은 잠이 들었고 ...

시화집 200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