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에 대하여 - 고은-
어쩐지 허전한 봄
보따리도 없이
빈 손은
이 세상 여기저기서 자유가 아니라 형벌이었다
바위를 등에 지고 끙! 일어나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생의 마을들을 지나왔던가
그 마을들
바람 치는 날으 아이들
달래줄 친구 없으면
스스로 달래어야 하는 절망의 시작을 보았다.
그런 것들이 오래오래 지나서 희망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달걀이었고
얼마나 많은 마을들의 새벽을 깨워야 했던
아직 깜깜한 첫새벽 수탉 옆의 입다문 암탉이었던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세상 부산낳게 잠들어 있던가
얼마나 많은 죽은 아이들의 비릿비릿한 넋이 곤히 잠들어 있던가
20년뒤 나는 없고 그 아이들이 세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천 경마장에서 하루는 돈을 따고 다음날은 망하고 있었다
희망은 두서 없이 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