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상 기 (1949 ~ 1988) 쪽빛 바다도, 검은 모래 해변서 뜨는 해도, 그가 자랐던 갈색 나무대문 집도, 그대로다. 그러나 화가는 이미 26년 전 세상을 떴고, 그림만 전설로 남았다. 살아 있었다면 65세. 영원히 30대에 머물러 있는 그를 잊지 못해 늙어가는 지인들이 고향 여수에서 전시를 꾸렸다. 생전에도 없었던 첫 귀향전이다.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고통과 절망을 끌어안은 영혼-손상기 25주기’전(지난해 12월 27일부터)이 열리고 있다. 유화·드로잉 등 모두 127점이 걸렸고, 아내 김분옥 씨가 작업실을 재현했다. 화가가 단 한 번도 화폭에 담아본 적 없는 짙푸른 바다 물결이,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이 전시장 바로 앞에서 속절없이 출렁인다. 손상기(1949~88)는 세 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