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강은교 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물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길을 건너는 풀잎 어깨를 은빛 안개가 쓰다듬네 잿빛 웅덩이 누운 길 바람이 길 저편에서 달려오네 분홍 구름을 우물우물 씹으며 달려오네 웅덩이를 훌쩍 넘어 달려오네 아, 다 마른 웅덩이 누운길 물운대 풀잎이 풀잎을 건너 달려오네 사각사각 달려오네 강은교/봄 무사중 시화집 2013.12.08
빈자일기/강은교 빈자 일기 모든 존재는 홀로 사라질 수 없다. 함께 연락함으로써 비로소 존재는 이루어지고, 드디어 깊이 사라진다.- 구걸하는 한 여자를 위한 노래 우리는 언제나 거기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혀와 혀를 불붙게 하며 눈물로 빛과 빛을 싸우게 하며 다정한 고름 고름 속에 오래 서 있은 허리를 무너지게 하며, 황사 날아가는 무덤 가장자리에서. 그곳 천정은 불 붙은 태양이었고 바닥은 썩은 이빨의 늪이었다. 강은교/봄무사중 시화집 201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