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기형도
노 을 / 기 형 도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으로 몰려들어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刑量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두렵지 않은가.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문득 거리를 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