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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노트(Bluenote)에 쓰여지는 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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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6

노을 /기형도

노 을 / 기 형 도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으로 몰려들어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刑量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두렵지 않은가.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문득 거리를 빠르..

시화집 2014.08.14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입속의 겁은 잎 /기형도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나는 그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다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ㄷ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

시화집 2014.05.04

노을 - 기형도

세월호의 참사를 지켜보며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노 을 - 奇亨度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으로 몰려들어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都市는 곧 活字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速度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두렵지 않은가.밤이면 그림자를 빼앗..

시화집 2014.04.23

이중섭

내 기억을 더듬어 볼때 1972년이나 1973년 정도이다. 신림중학교 2학년때 기형도와 같은 반에 편성되어 함께 학교생활을 하였고, 작가 이어령의 제자였던 국어선생님을 담이셨더 그 시절에 이중섭을 처음 만났다. 국어선생이셨던 담임덕에, 당시의 중2 학생의 시어의 경계를 넘나들던 형도의 글쓰는 재주와 그럭저럭 삽화등에 재미를 붙여했던 내가 맡은 '교내시화전'을 기점으로 형도와는 학교생활온종일을 붙어 살계하는 계기가 되었던 그때의 일이었다. 당시 이중섭의 그림이 세상에, 대중에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을 보고 난 충격은 내게 엄청난 파도였다. 중2때부터 중학교생활 내내 일주일에 몇통씩의 우편엽서에 시와 삽화를 그려 형도와 나누던 계기도 이중섭이었다. 형도와 나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나누던 교감은 우편엽서에 시.수..

생각묶음 2013.12.14

겨울.눈[雪].나무.숲 /기형도

겨울.눈[雪].나무.숲 /기형도 눈은 숲을 다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침묵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 너머 숲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한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나는 부재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륻다운 거리를 두고 그래, 심장을 조금씩 덮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느 아침은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시화집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