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도성마을 EGG GALLERY 2023 그룹전에 부쳐 / 3 Doubt
박성태 관장이 운영하는 여수시 도성마을의 에그갤러리는 매해 갤러리 참여작가들의 그룹전으로 한해를 마무리 한다. 이번 2023년 에그갤러리그룹전에 갤러리 전시참여는 없었지만 3인의 사진작가들과 더불어 진행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 받았고 전시 컨셉은 본인이 감동을 받은 영화 ‘작가미상’의 작품에서 예술가들의 대화중 하나를 차용한 ‘3가지 자문’으로 진행하고자 하였다.
에그갤러리 2023그룹전 전시 대표 포스터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Florian Maria Georg Christian, Graft Henckel von Donnersmarck, 독일태생, 뉴욕)감독의 “WERK OHNE AUTOR – 작가미상” 영화중의 요세프 보이스(Joseph Beuys-극중 안토니오스 판 페르텐)와 제자인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극중 쿠르트 바르네르트)와 의 대화 중에서 요세프 보이스가 말한 예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부분이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독일 태생이지만 뉴욕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으로서 전작 “타인의 삶”을 통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34세 감독의 데뷔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감독이다.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의 단단함과 극중 배우들의 절제되고 조화로운 연기가 꽤나 인상적인 영화로 내 머리속에 남아 있었기에 이후 작품인 ‘작가미상(한국개봉제목)’은 많은 기대를 갖게끔 하였고 기대에 져 버리지 않은 영화였다.
특이하게 이 영화는 독일에서 개봉시에 독일어로 “WERK OHNE AUTOR – 작가미상”으로 개봉되었으나 미국에서는 “NEVER LOOK AWAY”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영어 제목은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 제목으로 알고 있으며, 극중 대상인물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와의 작품 시나리오 내용에 대한 이의로 많은 화제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독일출신 현존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극중 쿠르트)가 겪은 삶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쿠르트라는 인물에 대위 시켜 인생의 좌절, 상처, 역경 및 사랑이 어떻게 위대한 예술로 변모해 가는 지의 과정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등장시키면서 감독자신이 갖고 있는 예술의 정의를 표현해 내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로, 쿠르트는 드레스덴의 교외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전위적인 그림을 그리며 성장하면서 어린 나이에 이모(극중 엘리자베트 마이 분)의 조현병 증세로 나치 정권에서 정신이상자의 강제 불임 시술 및 수용소 이송을 목격하며 이후에도 계속 트라우마로 작동된다. 나치 독일에서 성장해 동독 체제에서 성인이 되어 간판집에서 일을 시작하나, 그가 짬짬이 골판지에 그리던 작품들을 본 간판집 상사의 추천을 받아 드레스덴 예술 학교 회화과에 입학한다. 동독에서는 벽화 작업으로 동독 주요인물들만 몰 수 있던 바르트부르크를 몰 정도로 상당한 명성을 얻지만, 그는 나치와 다를 바 없이 통제적이고 획일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일색의 동독 예술계에 갑갑함을 느끼고 베를린 장벽 건설 직전인 29세에 아내와 함께 서독으로 탈출한다.
서독으로 탈출하여 동독 난민 수용소에서 지내게 되는데, 베를린의 한 화가로부터 ‘뒤셀도르프 예술학교 사람들은 전위예술만 취급해서 절대 말리고 싶다'는 충고를 듣고 뒤셀도르프로 이주, 포트폴리오조차 제출하지 않고 본인 면접만으로 안토니우스 판 페르텐교수(요세프 보이스분)의 승인을 받아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에 입학한다.
뒤셀도르프에서는 서독 예술계에 적응하기 위해 회화를 버리고 여러 기법들을 시도하나, 쿠르트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작품을 본 안토니우스(요세프 보이스 분) 교수는 리히터에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눈다.
안토니우스(요세프 보이스 분)가 공군무전병으로 격추되어 죽음에 이른 자신을 발견하고 1년동안 펠트 담요로 감싸서 상처 난 머리를 지방으로 문질러 치료해준 타타르 유목민의 이야기를 들려 주며 다음과 같이 자신에게 자문한다.
“내가 진실로 아는 것은 무엇인지, “살면서 겪은 진정한 경험은 무엇인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안토니우스는 답은 펠트와 지방이라 말하며( 펠트와 지방은 안토니우스/요세프 보이스 전위예술의 주요 매개체이며 펠트와 지방으로의 끊임없는 의문을 자아내는 예술활동을 이거가는 작가이다) 다음을 덧 붙인다.
“데카르트가 자신이 존재를 이해한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그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었어. 모든 것이 환상, 속임수, 상상일 수 있다고. 그런데 뭔가 있어야 그런 생각을 하잖아? 그러니 뭔가가 존재하는 것이지. 그는 그 무언가를 [자신]으로 부르기로 했어”
“그런데, 자네는 누구이지? , 자네는 무엇이지? “
“이건, 자네가 아니야.”
쿠르트(리히터 분)는 안토니우스(보이스 분)의 말에 스스로에 대한 번민후에 그가 동독에서 했던 것처럼 기존의 작업들을 전부 불태워 버린다.
이후 한동안 빈 캔버스만 두고 방황하다 우연히 신문에 나온 옛 나치 전범 부르크하르트 크롤의 신문 헤드라인과 사진을 모사하기 시작하여 쿠르트 자신의 예술을 정립, 이를 통해 서독에서도 명성을 얻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3 DOUBT ?
박성태 대표가 던진 영화속 안토니우스(요세프 보이스 분)교수가 쿠르트(게르하르드 리히터 분)와의 대화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3가지 의문에 대해 생각해본다.
안토니우스(보이스 분) 교수가 스스로의 답을 내 놓으면서 말한 느네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의미를 다시한번 되 새겨 본다. 데카르트 철학의 목적인 절대 의심이 불가능한 참인 명제를 찾아내는 것과 관련하여 [나]라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영화의 각 요소마다 감독의 예술적 관점등을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스크린에 등장시키면서 관객들에 말하며 한 작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관객들과 호흡하고 공유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굳이 “Never Look Away”라는 영어표현으로 나뉘어 배급된 상황에는 감독의 의도를 개입시킨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내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정의를 영화로 표현해낸 작품이”라 말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Everything in true is beauty. Never look away.”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절대로 눈을 떼지 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들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뛰어넘는 진실을 찾게 될 것이고, 이 진실들의 외형들이 아름답던, 추하던 그 안에 들어 있는 본질이 바로 [미(美)]인 것이다.”
여성 사진가 낸 골딘(Photographer)의 사진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유사한 말을 남겼다.
“A lot of people seem to think that art or photography is about the way things look or the surface of things. That’s not what it’s about for me. It’s really about relationships and feelings.”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나 사진은 사물이 보이는 방식, 사물의 표면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와 감정에 관한 것이다.
리히터의 작품 중 사진 자체가 보여주고 있는 사진 속 대상물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사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그의 그림을 보는 개별 관찰자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숨겨져 있던 인식을 끌어내고 있다.
결국 3가지 자문에 답을 해야 한다면, 작가는 표면적으로 인지하는 진실과 그 경험을 통해 알게되는 진실과 그 것들을 말할 수 있는것에 대해서 “참”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생각과 통찰되어야 하며, 그 것이 가지는 외형적, 선입견적 판단보다는 본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고, 그 것들은 각기 다른 경험과 지식으로 다양한 관찰자의 내재된 본질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통로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