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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김명리

하얀묶음 2014. 1. 4. 09:14


구름 사이로 희미한 한 자락 햇빛이

어린 새의 앞날을 이끌었을까

유월의 저무는 숲이

돌연 화농의 새소리로 술렁거리고

산그늘 스치는 새 날개 끝자락이

교목의 잎새마냥 빳빳해진다

더없이 따뜻한,

더없이 보드라운,

죽은 새끼의 날개털 여태 휘날리는

텅 빈 둥지 위 노래기 같은 허공을

새들은 겨냥한다 미친 듯 선회한다

마파람에 불려 문상 온 새떼들

까악까악 함께 우짖는다 슬픔을 통해

넘어서야 할 禁線이 어디에 있는지

찢겨나간 듬성한 날개털 속으로

주사 바늘 같은 빗방울 내리 꽂힌다


(김명리/불멸의 샘이 여기있다 중)




** 김명리 시인의 시집을 구하려 이곳 저곳 헤메이다. 그나마 4집 3쇄 증쇄본을 손에 넣었다. 

    한번, 눈으로 느껴지는 직관적 이해가 어려운 시작들로 구성된 시집이라고 생각하고, 

    두번, 세번 읽으면서 전해오는 전율들이 치명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원천적 공감이 있다. 

    

    갑오년이 밝기 하루전, 동료가 차가운 땅속에 묻히었고

    수일전 분신으로 세상에 묻힌 이남종님의 소식과 함께 했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그들은 날아가지 않기에, 내 가슴에 주사바늘처럼 꽂히기에....  

    김명리 시인의 글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