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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묶음

너의소설/최지하

하얀묶음 2017. 12. 1. 12:32

너의소설 - 최지하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오후 12:15



너의소설 /최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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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이 메어왔다

오늘도 바다는 부서지며 부서지며

상천 바위들의 명치 위를 건너다녔다

술잔 속의 바다는 시울을 붉혔다

바다소리였을까

.

새엄마의 치마에선 축축한 바람소리가 들려따

낯선 바다의 가슴에 닻을 내리고

무심한 그물을 풀어 바다를 낚던 아버지의 아내는

귀머거리였다

귀에 닿는 소리라곤 파도에 머무는 흰빛뿐

흰빛이 사라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때때로 토막 파도 속으로 도망치듯

팔을 휘젓곤 했다

귀를 찌르는 슬픔의 모서리들을 스스로

떼어 보내는 거였는 지도 몰랐다

종일 쓸려나가는 모래를 바라보며 모래성을 쌓았다

.

해풍이 지껄이는 소리를 들었고, 언뜻

모래성 둔덕처럼 스러지는 여인의 치마폭을 보았다

전해져오는 것이 슬핌인지도 몰랐다

무엇인가 어둠을 빠져나가는 소리라고만 생각했다

.

바다는 종이처럼 얇은 세월을 다시

겹씩 겹씩 입고 있었다

.

(, 하고싶은 거짓말 /최지하 시집-시와에세이)


 

영화한편, '무현-두도시이야기'  보고 속이 시려왔고 심한 위경련처럼 꼼짝없이 가슴은 얼음으로 채워질때 시집을 펼친다. 시인은 내게 파란 알약같은 언어로 처방을 내려준 탓인지 빛으로 나의방을 오르는 계단에 뿌려 쇼팽의 프렐류드 4번이 그곳에 앉아 나를 초대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