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기형도 병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둥에 체해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단단한 몸통 위에,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아아, 노할게 단풍든다. - 기형도 시화집 2014.05.29
노을 - 기형도 세월호의 참사를 지켜보며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노 을 - 奇亨度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으로 몰려들어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都市는 곧 活字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速度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두렵지 않은가.밤이면 그림자를 빼앗.. 시화집 201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