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눈 속의 나그네'
(에버랜드 입구에서)...
한밤이 골짜기에서 한 시를 울린다
벌거숭이 추운 달이 하늘을 헤메고 있다.
눈과 달빛에 싸인 길을
그림자와 함께 나는 걸어 간다
봄 풀이 파릇한 많을 길을 걸었었다.
따가갑게 내리쬐는 많은 여름 해를 보았다
걸음은 피로에 지치고 머리칼은 하얗다.
아무도 이전의 나를 몰라본다.
야윈 나의 그림자가 피로하여 머물러 선다.
그러나, 기어이 이 길을 다 가고 말 것이다.
흥성한 세계로 나를 끌고 다니던 꿈이
나에게서 손을 뗀다. 이제야 나는 안다, 꿈이 나를 속인것을.
골짜기에서 한밤이 한 시를 울린다.
오, 저 높이에서 달이 아주 싸늘하게 웃는다.
눈이 아주 차갑게 이마와 가슴을 안아준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죽음은 포근하다.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