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1
신대철
1
홀로 가는 해
사람을 산속에 남겨둔 채
홀로 가는 물, 달, 안개
어머니, 제 집은?
저는 혼자서도 모여 있지 못합니다. 제가 어머니 집이라면
어머니, 아주 집을 뜨신 어머니, 저는 산속에 갇혀 殺氣 감
추는 법이나 익히며 될수록 될수록 사람을 피하고 산짐승들
이나 길들일까요? 아니, 덫이 될까요? 저를, 어머닐 잡는 덫
새를 잡았습니다, 날려주고
새를 잡았습니다, 날려주고
2
물소리는 뚝 끊어졌다 내 실핏줄과 이어지고, 찬바람, 불
빛에 묻어나온 낮은 목소리들에 이끌려 다시 산을 넘었다.
친구여, 내 괴롭지 않을 때 찾아와야 하느냐? 뻑뻑해지는
눈, 엊그제는 하루 끝 침묵 끝까지 흘렀다. 바닷가를 끼고
흘러도 이젠 산에 둘러싸인다. 나를 몇 번 넘겨야 스스로 산
속에 들 수 있을까? 네가 잠든 집은 집 전체가 대문, 집 전체
가 불빛, 모든 사람들의 잠속으로 흘러들고 싶다.
완성해다오, 한 남자를
식물이 생길 때의 첫소리를 닮은 얼굴이게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날 가두고 오래 내 괴로움을 받지 않는 산이여.
.
.우음도
이 시에는 시인의 욕망이 교묘하게 은닉되어 있어 자세한 분석을 요한다.
첫째 연에서 시인은 산 속에 혼자 남게 된 사람의 쓸쓸함을 친구와 헤어진 사람의 혼자 됨에 비유하고 있다. 해, 물, 달, 안개(하룻동안 산에서 볼 수 있는 것의 개략적 총화다)는 산속에 그곳을 찾아온 사람을 남겨두고 혼자 간다. 둘째 연에서 그 자연은 "아주 집을 뜨신 어머니"와 중첩되어, 어머니와 은연 중에 동일시된다.
자연이 어머니와 동일시되는 과정은 그러나 시인의 의식 속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식의 착오, 착란에 힘입고 있다. "혼자서도 모여있지 못:"란다, "제가 어머니 집이라면 어머니"같은 시행은 그 착란의 한 표징이다. 마침내 나는 어머니 자체와 동일시된다. "저를, 어머닐 잡는 덫" 덫은 그때 자신과 어머니를 시험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셋째 연에서 시인은 잡은 새를 그냥 날려보내는 나를 보여준다.
어머니와의 합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2련의 첫련에서 나는 그 합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나를 몇 번 넘겨야 스스로 산속에 들 수 있"나를 묻는다. 스스로 산속에 든다는 것은 어머니, 자연 속에 스스로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어머니에게서 떨어져나온 고통을 잊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다. 그 합일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잠, 꿈속에서이다. 그래서 시인은 "모든 사람들의 잠속으로 흘러들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집단 무의식에의 침잠 욕구이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식물이 생길 때의 첫소리를 닮은" 완성된 남자를 희구한다. 동물이 식물로 대치되긴 하였으나, 시인이 노리는 것은 어머니 뱃속의 편안함으로의 회귀이다. 그러나 산, 자연은 그의 괴로움을 끝내 받아주지 않는다. 그는 산 아래서 살게 '처형'되어 있는 것이다. (김현)
[출처] 신대철 <처형 1> |작성자 툭툭